현대 한국인의 삶에서 도자기는 고려청자의 연대 만큼이나 관심에서 까마득히 멀어진 존재라고 느껴진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는데 도자기에 대한 관심은 일본 출장을 가게된 계기로 우연히 생겨났다.

교토에서 텐노지 사원을 가는길에 생활 도자기를 파는 가계가 있었는데 문밖에 괜찮아 보이는 그릇들을 저렴한 가격에 세일하길래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서는 갖가지 형태의 물잔, 커피잔, 화병, 그릇들이 가득했다.

자기에 대해 완전한 문외한이었지만 앙증맞은 형태와 눈을 혹하게 하는 색감이 나를 사로잡아 뜻하지 않게 항공 수하물 기준을 초과하는 물품을 구입해버렸다.

그 후로도 인터넷 등에서 관련된 물품들을 검색해보는 취미가 생겼고 세상에 다양한 자기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왜 시중에는 유럽 혹은 일본 자기들이 그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높은데 한국 자기들은 주위에서 찾아보기가 힘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과거 고려청자라는 세계적인 자기 생산국이었는데 어쩌다 남의 나라 자기를 수입해 쓰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이런 의문은 혼자 풀기에는 어려웠고 전문가의 체계적인 설명을 듣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마침 한양대 사회과학 교육원에서 '도자기의 이해'라는 과목이 눈에 들어왔고 당장 등록하였다.

예상외로 나와 같은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이 적은지 달랑 두명만 수강신청을 하여 폐강 예정이라고 연락이 왔다.

실망하던차에 강사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진행 하시기로 결정 했다고 통보받아 무척 기뻣던 생각이 난다.

첫 강의에서 뵌 강사님은 우아하고 친절한 미소를 머금으신 분이셨다.

일본에서 오랜동안 공부하셔서 우리나라 도자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의 도자에 대한 폭넒은 이해를 가지신 분이셨다.

수업은 수강생들의 이해를 돕고자 슬라이드 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영화등의 매체도 적극 활용하셨다.

또한 도자도 결국엔 예술, 즉 미학의 구체화된 형상이므로 미를 보는 안목을 길러 주시기 위해 회화 감상 포인트까지 짚어 주셨다.

결국 도자에 대한 이해는 물리적인 흙으로 빚어진 형상에 국한되지 않고 내면의 심미안의 표출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한국도자의 발전이 중국과 일본 사이의 국제 교류를 토대로 발전을 해와서 그 밑바닥의 맥락을 이루는 삼국의 정치, 경제, 역사의 얽히고 설킴도 배우게 되었다.

이야말로 기대했던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은 교양을 제대로 쌓은 셈이 되었다.

도자의 이해1 이론편이 끝나고 차후 필드 워크를 중심으로한 수업을 구상중이시라고 하시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실제 도자기 장인을 만나고 실습도 해보고 박물관 등도 견학하면서 실물을 보고 만지며 한국의 미를 체험할 삶에서 드문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요즘 대다수의 현대 한국인들은 생존에 급급하여 너무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어 이러한 문화의 향유를 '사치' (시간적이던 물질적이던지)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다시 둘러보면 고단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각자 휴식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시간들이란게 말초적인 자극을 주는 순간적인 도취를 통해 현실을 잊는 -예컨데 과도한 음주, 선정적 춤과 노래, 도박, 마약 등-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 짧은 쾌락의 시간이 지나면 고된 삶의 현실은 바뀐게 없고 더 큰 자극을 바라는 중독된 헐벗은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소모적인 방식을 버리고 도자라는 화두를 통해 예술적 심미안을 얻어서 삶에서 놓치고 있는 주변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다면 우리의 고된 삶에서 깊은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출처 : 공식카페 http://cafe.naver.com/heracec skun**** 작성